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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에서 동행 잘못 구하면 벌어지는 일현피의 이야기 2023. 8. 20. 19:01반응형
동행자의 중요성 잘못 구하면 큰일난다
뉴욕여행 14일 차 8.1
어쨌거나 저쨌거나 익숙해지는구나
처음엔 정말 조용하고 아무것도 없어 무서울 정도였던 롱아일랜드 시티.
벌써 4일을 지내니 너무 익숙해져 내 동네 다니듯이 새벽에도 돌아다니기도 하고 지도를 안 보고 다닌 지는 한참 되었다.
여기서 이렇게 사는 건가 하고 녹아들 때쯤, 익숙해질 때쯤, 적응할 때쯤 되니 떠나야 한다는 말이 좀 공감이 되기도 한다.
혼자 살아보며 느끼는 쓸쓸함 고독함도 맛보고 그렇기에 다시 만났을 때 기쁨이 더 크고 맛있다는 것도 알았다.
함께하지 못하기에 마치 장거리 연애와 같은 맛이랄까. (물론 해본 적은 없음)
혼자 있으며 할 수 있었던 작업들도 있고 꽤나 혼자 있는 것에도 익숙해졌지만 이젠 또다시 떠나야겠다.
그렇게 이제 구글맵 없이도 다닐 수 있는 지하철을 마지막으로 타며 다시 맨해튼으로 돌아간다.
뉴욕 여행하며 참 느낀다.
내가 여행하고 느끼는 도시는 누군가에겐 열심히 살아가는 곳, 삶의 터전, 삶 그 자체라고.
어쩌면 여행이란 건 그저 명소들을 보고만 오는 게 아닌 여러 삶을 체험해 보는 것이 아닌가.
할렘은 도착하자마자 험난했다.
에어비엔비는 문자를 오기 전에 남기라길래 에어비앤비 메시지로 세시에 간다고 남겼으나 답장이 없었고 도착해서도 답장이 없어 문자 번호로 문자를 남기자 왓츠앱으로 보내야 하고 미리 보냈어야 했다고 했다.
뭔가 망한 건가 싶었지만 왓츠앱으로 다시 문자를 보내니 어디로 오는지 알려줘서 살았다.
알려준 장소는 에어비엔비에서 알려준 장소와 전혀 다른 두 블록 넘어가는 곳에 있어 힘들게 짐을 옮기고 도착했다.
이쯤 되면 호스트가 심술 맞은 사람인가 싶었는데 또 와서 직접 보니 친절하고 잘 설명해 줘서 놀랐다.
역시 같은 말을 듣고 같은 반응으로 나에게 다가와도 내가 안 좋게 받아들이고 안 좋게 해석해서 그런 걸까 아까 보낸 메시지들이 왜 그렇게도 심술 맞아 보였을까.
지금까지는 호스트랑 같이 살아도 뭔가 나 혼자 자거나 방을 따로 썼는데 이번엔 다 같이 방을 쓰는 도미토리 형식으로 방을 같이 쓰게 되었다.
내가 들어간 방은 3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고 옆 침대에는 이미 어떤 사람의 짐이 있고 누군가가 샤워하는 소리가 들리는 걸 봐선 그 짐의 주인인 것 같았다.
방에서 여자와 같이 자는 여행 유튜브를 봐서 그런지 약간은 기대를 했었고 기대에 맞게 샤워 끝나고 온 사람은 여자였다.
그래서 처음엔 친해지고 엄청 재밌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 말을 해보니 생각보다 막 대화도 엄청 하지 않고 뭔가 별로였다.
물론 처음엔 그 여자가 돈 보내는 거 때문에 전화하고 걱정하느라 바빠 보여서 이해했는데 그 뒤로도 뭔가 힘이 없는 느낌이 나서 이상했다.
나가기 전 옷 고르는데 뭐 입을지 엄청 고민하고 걸즈 라이프로 사는 거 어렵다 이러길래 처음엔 조크인 줄 알고 나도 여자인 친구들이 많은데 걔들은 꽉 찬 옷장을 보면서도 고를 옷이 없다고 한다며 받아줬는데 나중에 보니 진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911 메모리얼 뮤지엄을 보러 간다길래 나도 이때 아니면 가지 않을 것 같아 동행하자고 먼저 말했고 좋다기에 같이 나가게 되었다.
나가자마자 아까부터 느끼던 이상한 느낌이 맞았다는 걸 느꼈다.
내가 무슨 가이드도 아니고 나에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찾지도 않고 지하철이 어디냐며 물어보더니 길을 찾아달라 하고 그냥 따라만 왔다.
지하철 와서도 교통카드 없다고 누군가 도와줄 사람 찾는다길래 도움 받아서 카드 만든다는 소리인가 싶어서 카드 기계를 보여주니 얼굴을 찌푸리고 아무 반응이 없어서 뭔지 모르겠어서 우선 나 먼저 카드를 찍고 들어갔다.
밖에서 열어달라는 뜻인가 싶어 비상문을 열려해도 옆에 직원이 있어 열기 그래서 그냥 보고만 있었는데 갑자기 개찰구에 들어가려던 사람한테 도와달라 부탁해서 공짜로 탔다.
도와달라는 게 그걸 의미한 거였나 하고 머리가 띵했다.
갑자기 머리도 짧게 잘라보고 싶다길래 오 왜 시도 안 해보냐 했더니 무서워서 그렇다고 하는 걸 듣고 아까부터 느낀 자신감이 없는 모습들이 더 눈에 보였다.
지하철에 타서는 물론 꽉 차고 말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긴 했는데 무슨 말을 해도 반응이 없고 그저 피곤해만 보였다.
예를 들어 돌진하는 황소상이 유명한데 아냐고 물어보니 모르길래 사진을 보여줬더니 아하.. 하고 또 폰 보며 지금 어디인지만 확인하고 계속 한숨만 쉰다.
그렇게 조용히 가다가 최애 음식이 뭐냐고 물어서 치폴레라고 대답했고 넌 뭐냐 물었더니 피자라고 하는 걸 듣고 그래서 아까 집에서부터 피자 얘기를 그렇게 했구나 싶었다.
그래서 저녁으로 피자 먹으러 가자고 했고 joe's pizza가 유명하다고 하더니 또 말이 끊겼다.
아까 내가 방에서 유튜브 작업하는 걸 봤는지 나에게 유튜브 하냐 틱톡 하냐 물어봐서 그렇다고 했고 그럼 내가 틱톡으로는 뭐 보는 거 좋아하냐 물어보니 그냥 내리면서 다 본다고 대답을 하곤 또 말이 없다.
정말 소비자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줘서 난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또 한 번 크게 할 수 있었다.
지하철을 내리자 또 안 좋은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말 걷는 걸 싫어했다.
피자 가게 가는데 ‘얼마나 걸어야 하냐’, ‘걷는 거 싫어한다’, ‘대체 언제 피자 가게 나오냐’, ‘제대로 가고 있냐’하며 찡찡대면서도 직접 찾아볼 생각은 안 한다.
피자 가게 와서는 갑자기 어디 가길래 뭔가 싶었더니 앉으러 갔다 ㅋㅋㅋㅋ.
물론 사람들 많아서 앉을자리 잡는 거니 뭐 줄은 내가 서고 그 여자는 자리 맡기 뭐 낫밷하니까 큰 신경은 안 썼다.
그렇게 우리 차례가 되어 내가 먼저 주문하고 그 여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주문하러 간 여자 대신 앉고 있었고 기다리다 보니 피자가 나왔다.피자는 뭐가 좋을지 몰라 이름이 좋아 보이는 슈프림을 시켰고 양 조절을 어떻게 할지 몰라서 난 한 조각을 시켰는데 옆을 보니 얜 두 조각 시켰었다.
다 먹고 하나 더 먹는다길래 뭐지 어떻게 저렇게 먹는 거지 하고 봤더니 너무 태웠다며 내가 보기엔 멀쩡한 부분들을 다 잘라내서 반의 반은 다 버린 거 같았다.
저러니까 배고프지..
일단 나도 그 여자가 주문을 하는 동안 자리를 맡아주고 있는데 다른 손님들이 마르게리따를 시키는 걸 보니 맛이 너무 궁금해서 결국 하나 더 먹기로 했다.
그렇게 주문을 했고 그 여자가 먹는 중에 갑자기 나한테 콜라가 필요하다며 콜라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아까부터 자리도 그렇고 뭔가 시키는 듯한 태도가 예신이랑 비슷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콜라 주문은...
물도 아니고 이건 사 오라는 건가 싶어서 뭐지 하고 우선 침착하게 무슨 맛이냐 물어보며 계산 어떻게 할지 눈치를 주는데 그냥 보통맛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다시 피자를 먹기 시작했다.
그래 이런 노예생활도 한번 경험해 봐야지 하며 우선 콜라를 집고 계산을 기다리는데 줄이 길어서 좀 서있는 중이었다.
피자를 먹다 잠깐 멈추고 나랑 눈이 마주치자 그냥 오라고 하길래 갔더니 뭐라 했고 정확히는 못 알아들었지만 그냥 비밀 같은, 먹자는 뜻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그래 너 뜻대로 한번 끝까지 해보자 싶어 콜라를 줬고 내 피자도 나와서 먹기 시작했다.
나도 목이 말라 콜라를 달라하니 자기가 입댔는데 괜찮냐고 물어봐서 난 상관없다고 넌 상관있냐 물어보고 괜찮다 해서 마셨다.
생각보다 한국에서도 딱히 신경 안 써서 외국에서도 신경 안쓰러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나 보다.
피자의 후기는 맛있긴 했다는 것.
근데 1달러 피자도 맛 자체나 퀄리티는 비슷했던 것 같다.
아마 파는 가게나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그렇게 다르니 사람이 많고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중간에 저 여자가 어떻게 먹나 보는데 양파 싫어해서 긴 손톱으로 하나하나 빼는 게 개 웃겼다ㅋㅋㅋㅋ.
저러면 안 뜨겁고 좋긴 하겠다.
카프리제 개꿀맛 미쳤다.피자 다 먹고 나가서 메모리얼 볼 시간도 부족.. 뭐 넉넉하다 할 수도 있지만 8시에 닫는데 이미 6시 40분이라 난 급했다.
그런데 나오자마자 갑자기 앞에 있는 매장에 가자며 들어가 보니 화장품 사러 왔는데 꽤나 찾다가 없어서 결국 나왔다.
얘는 여행을 와서 다른 거 볼 생각은 안 하고 아까부터 화장품이나 옷이나 수술만 생각하고 있네.
참 대단하다 싶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지나가는데 전에 피쉬와 왔던 데라 놀랐다.
근처에 누워있는 애들을 보며 저 누워있을 시간적 여유가 부럽다 생각했는데 나도 그러고 보니 며칠전만 해도 저러고 있었지.
역시 삶은 상대적으로 볼 수밖에 없나 보다.
메모리얼 도착해서 보는데 저 여자는 말도 없이 점점 멀어지더니 구경하나 싶어 그냥 나도 따로 보다가 다시 보니 사라졌다. ㅋㅋㅋㅋ
그래 본인이 생각해도 나랑 안 맞다고 느끼겠지 하고 오히려 혼자 있는 게 더 편하다는 게 느껴져 더 여유를 만끽했고 덕분에 평소보다도 더 천천히 여행을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
메모리얼을 그렇게 천천히 보고 드디어 그렇게나 보고 싶던 황소를 보러 출발했고 가는 길에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그냥 이 거리를 걸어보고 싶어 천천히 걸으며 거리의 분위기를 즐겼다.
황소에 도착하니 주위엔 관광객과 상인이 튼 음악으로 너무 시끄럽고 정신없었다.
생각보다 그 어떠한 영감도 받을 수 없었고 너무 그냥 관광지 느낌만 나서 기대에 너무 못 미쳤다.오히려 가는 길에 있던 작은 공원이 훨씬 조용하고 감성 있고 좋았고 차분해지며 영감이 떠오르는 게 훨씬 좋았다.
만약 황소 보러 간다면 난 무조건 여길 추천해 줄 것이다.
실제로 클럽 알바와 아직도 얘기하는데 여길 추천 해줬고 너무 좋다며 다른 숨겨진 분위기 있는 장소들을 서로 공유하는 신기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배터리 파크에서 보는 분홍색으로 져가는 노을과 함께하는 푸른 바다 너머 저 멀리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
분명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같은 노을일 텐데 왜 이리도 다르게 느껴지는 걸까.
예전 유럽 여행을 할 땐 사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집으로 가고 싶다던가 한식을 먹고 싶다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 가서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물론 4년이 지났기에 내 정신연령이나 육체적 나이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지만 그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은 뭘 위해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지 걱정을 많이 하고 고민하기에 쉽게 포기하고 싶은 마음에 쉬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선 실제로 그럴 때마다 집으로 도피했었기에 그 습관이 남아있는 듯했다.
그래서 여기선 항상 새롭게 떠난다.
도로가 익숙해지고 이제 지도를 안 보고도 숙소로 돌아갈 수 있다 싶으면 즉 삶이 익숙해지고 편안해진다 싶으면 떠났다.
편안함에 취해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일까 새로운 것을 향한 열망일까.
모르겠다 하지만 난 오늘도 떠난다.
사진을 여행 와서 많이 안 찍었는데 오히려 오늘 많이 찍었다.
예전엔 사진을 찍을 때 내가 나오지 않는다면 찍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고 사진을 찍어도 꼭 내가 나오게 찍었다.
왜냐하면 사진을 볼 때 그냥 배경사진은 검색해도 충분히 나오기 때문에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고 내가 나와야만 나만의 사진이라 가치가 있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뉴욕 여행을 하며 많이 바뀌었다.
뭔가를 봤다 어디에 왔다 하는 인증하는 게 아닌 내가 즐기기 위한 여행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진도 그 가치관을 따라 그런 인증용 사진은 덜 찍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 분위기가 좋았기에 그 분위기를 간직하고 싶어 사진이나 영상을 찍게 되었고 나중에 사진을 보면 그 바이브가 떠오르고 그때 그 시간에 느꼈던 감정이 떠오르게 되었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 길에 노을을 보며 느꼈던 감정도 적고 여러 가지 적느라 실수로 다음 정류장에 도착했고 나가보니 마침 h mart가 바로 앞에 있어 구경해 보기로 했다.
처음엔 과일 칸이 나왔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 놀랐다가 들어갈수록 비싼 가격에 놀라서 그냥 무슨 제품들이 있나 구경만 하고 즐기고 나왔다.
오히려 옆에 있던 큰 식료품 가게를 들어가 더 돌아봤고 좋았던 건 음료가 정말 맛이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어떤 걸 마실지 고민하다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슈웹스를 한국에서는 볼 수 없던 맛 들인 dry grape 맛과 black cherry 맛을 골라왔다.
dry grape는 진짜 이름 그대로 건조한 포도 맛이라 깔끔하고 자극적이지 않았고 블랙 체리는 다른 체리 맛 음료와 비슷하지만 슈웹스만의 약간 떫은맛이 나서 좋았다.
그렇게 평온하게 작업하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 여자가 돌아왔고 들어와서 나보고 ’왜 떠났냐 ‘, ’한 시간 기다렸다 ‘고 했다.
..?
이젠 기억 조작까지 한다.
분명 먼저 말없이 멀어지다 사라져 놓고 내가 떠났다고. ㅋㅋㅋ
진짜 오늘 동행하며 느낀 건 동행도 아무나랑 하면 큰일 난다는 것이다.
피시랑 동행하며 그렇게 좋았는데 오늘은 정말 힘들었던 걸 생각하니 동행도 정말 잘 맞는 사람 구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절대 동행 안 해야지.반응형'현피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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