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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뉴욕의 마지막 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파란만장한 여행의 끝현피의 이야기 2023. 9. 7. 09:00반응형
8.7 뉴욕여행 20일 차
이제 드디어 여행의 마지막 날 집으로 가야 하는 날이다.
아침부터 일어나 피쉬와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느낀 최종리뷰를 하고 꿀팁영상도 찍고 영상만 엄청 찍은 것 같다.
이제 짐을 들고 이동해야 하는데 일기예보를 보니 지금부터 12시까지 비가 엄청 온다고 쓰여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3시에 버스니까 천천히 12시 넘어서 비 좀 그치면 가려다가 '비 좀 맞으면 어때 차라리 일찍 가서 공원이나 좀 둘러보자'는 생각에 그냥 빨리 나가기로 했고 막상 나가보니 비도 오지 않아서 놀랐다.
조금씩 오는 비를 맞으며 레드삭스 야구 경기를 보러 갈 때와 같은 길을 걸으며 또 영상을 찍는데 어제도 오고 오늘도 오는 이 익숙한 길이 이젠 마지막이라니 가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생각보다 중간엔 너무 길어서 언제 끝나지 너무 오래 있나 싶었던 날들이 마지막으로 갈수록 아쉽고 너무 짧기만 하다.
버스 정류장을 찾아갔는데 미국이 늘 그렇듯이 정류장은 찾기가 너무 힘들었고 그냥 바로 앞에 있는 호텔에 들어가서 입구 근처 의자에 뒀다가 다시 돌아와서 아예 안쪽 자리에 사람이 있는 듯하게 세워두고 나왔다.
마지막이니 원하는 거 먹겠다는 피쉬의 말에 식당을 찾다 보니 그리스 음식이 나와서 저번에 하버드에서 먹어보니 맛있기도 하고 또 새로운 메뉴를 먹어보고 싶어 그리스 식당으로 갔다.
주문을 하는데 알바가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아봤고 인사를 한국말로 해줬다.
신기해서 어떻게 알았냐니까 그래 보였다며 자기는 드라마를 봐서 한국을 안다길래 뭐냐고 물으니 'man than flower'였나 뭐라 해서 못 알아듣고 있는데 피쉬가 꽃보다 남자냐며 물어보니 맞다며 또 어떻게 맞췄냐 얘기하며 재밌었다.메뉴를 먹어보니 여긴 참 간편하게 먹는 걸 좋아한다는 생각을 했고 피쉬는 이렇게 간단하게 먹는걸 한국식으로 하면 어떨까 하며 코리아로 창업하자는 얘기를 했다.
밥을 다 먹곤 근처 공원 가서 잠시 앉아 쉬면서도 식당 창업 얘기를 했고 이런 곳에 와서 이렇게 생각하고 실제로 하지 않더라도 상상할 수 있다는 게 재밌고 즐거웠다.
그렇게 얘기하다가 버스 탈 시간이 되어 가야 했고 이제 난 한국으로 돌아가고 피쉬는 유럽으로 여행하게 되어 못 보게 되는데 그냥 쿨하게 헤어졌다.
버스 기다리는 동안 호텔 로비에서 일하는 사람들처럼 열심히 여행일기도 쓰고 영상 작업도 했다.
그렇게 해보니 정말 여행을 다니며 일하는 사람들과 같은 기분을 느꼈고 너무 좋아서 역시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여기까진 마지막 날도 환상적이고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부터였다.
여행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걸 아주 확실하게 알려주는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파란만장 버스 편
슬슬 버스를 탈 시간이라 정류장이 있을만한 곳으로 가보니 사람들이 3~4명 정도 줄 서 있길래 여긴가 싶어서 기다리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분위기가 별로 안 좋았고 답장도 그냥 말도 없이 응하며 먹던 거 먹으며 경계하는 느낌이 엄청났다.
여행 와서 이렇게 반응하는 사람은 처음이라 그런지 이때부터 뭔가 삐걱거린다고 생각했다.
우선 3시가 되어 버스에 탔는데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에 정지했다.
길 한가운데 그것도 1차선에 멈추더니 가지도 않고 있어서 뭐 하는 거지 싶었더니 기사는 회사에 전화하고 엔진을 만지고 정신이 없어 보였는데 들어보니 엔진이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30분 정도 좀 기다리고 있으니 버스에 있던 사람들 중 몇 명이 내려서 가위를 들고 가더니 엔진을 고친 건지 이제 된다며 다시 출발하기 시작했다.
좀 불안했지만 그래도 잘 가길래 안심하고 좀 잤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가다가 우스터라는 지역에 있는 큰 휴게소도 아닌 고속도로에 멕도널드와 작은 가게 몇 개 있는 곳에 정차하더니 멈춰버렸다.처음엔 멕도널드도 가고 화장실도 가라길래 그냥 쉬는 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도 엔진은 해결되는 것 같지 않고 계속 전화를 하는데 회사에선 마땅한 대응이 나오지 않는 듯해 보였다.
어떻게든 전화하다 보니 한 해결책이 나왔다며 버스기사님이 우리에게 전해줬다.
7시에 보스턴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있는데 거기에 12개의 자리가 있어 태워줄 수 있다고는 하는데 우린 20명이 타고 있다.
즉 8명은 그다음 차인 8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한다는 것이다.
7시 차를 타도 거의 10시에 도착할 텐데 난 12시 30분 비행기다.
심지어 거기서 공항 가는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러다 진짜 비행기 놓치겠는데?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기서 돌아갈 수도 없고 일단 기다리면서 회사에 직접 연락하기로 했다.
12시에 비행기가 있다고 9시에는 도착해야 한다고 연락했더니 아까 기사님이 말한 대로 다음에 오는 버스로 태워준다는 조치를 취했고 금방 도착할 거라며 비행기를 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필요한 게 또 있냐 해서 난 7시에 온다는 차만 타면 된다고 하니 그것도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일단 안심하고 기다렸다.사실 할 수 있는 게 없기도 했다.
상담원과 얘기하고 잘될 거고 놓치지 않을 거라는 말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미 다음 버스로 갈아타는 것만이 가능한 방법이고 그렇게 하게 해 준다고 결정된 상황에 내가 혼자 불안해한다고 바뀌는 건 없었다.
오히려 할 수 있겠지 하며 걱정하기만 하기보다 버스를 갈아탄 다음에 내가 뭘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봤다.
공항 가는 길도 지하철로 한 시간이라 택시를 타면 30분이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공항 도착해서도 직원에게 부탁해 사정을 설명하고 빠르게 체크인을 하기 위해 어떻게 말할지 상상해 봤다.
한 시간 정도 지나 6시가 넘어가자 슬슬 사람들이 한 명씩 탈주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버스에 남은 인원은 딱 12명.
겨우 다음 버스를 타고 갈 수는 있게 생겼다.
문제는 원래 그 버스의 도착 예정시간이 9시 40분이니 여기 사람 태우고 좀 하면 10시 넘어 도착할 테고 도착하는 곳으로부터 공항까지는 1시간이 걸리니 공항엔 11시 좀 넘어서 도착할 것이다.
12시 30분 비행기인데 과연 시간이 충분할까?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기로 했다.
터미널 b인 것 확인하고 가는 방법 찾고 온라인 체크인을 우선 하려 했지만 이 비행기는 온라인 체크인이 되지 않았다.
멘붕이지만 그래도 혼자 불안해한다고 바뀌는 건 없다.
아까처럼 그냥 뭘 할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
그렇게 기다리던 중 드디어 6시 50분에 버스가 도착했고 빠르게 짐을 옮기고 탔다.
겨우 다시 출발이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그런지 진짜 좌석이 편한 건지 좌석이 엄청 편하고 좋았다.
처음 십 분만 말이다.
그 뒤엔 버스가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 도착한다면 바로 근처에 있는 버스를 타고 공항을 갈 수 있는지, 공항에 도착해선 출국심사가 오래 걸리지 않을지, 줄이 길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니 머리가 팽팽 돌아가고 불안한데 해결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우선 하나씩 해결하기 위해 근처 버스를 알아보니 지금 타는 버스 내리는 곳에서 바로 앞에 공항철도 버스 타는 곳이 있었고 그 공항철도 버스가 바로 공항에서 내가 이용하는 터미널에 내릴 수 있었다.
가서 사기엔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미리 사려고 사이트에 들어가 결제를 했는데 그놈의 주소!
주소가 자꾸 이상하다고 결제가 되지 않아 2번이나 시도하고 또 안되니 이번엔 진짜 주소를 정확히 다 적고 이번엔 되겠지 하고 3번째 결제를 하는데 이번엔 잔액부족이라고 떴다.
에이 설마 하고 봤더니 표는 안 줬는데 결제는 2번 다 된 것이었다.
진짜 미치겠다.
우선 상담 메일로 결제가 2번 되었다고 보내니 확인 중이라고 답장이 왔다.
우선 하나는 결제한 거 취소해 달라 하고 하나는 그냥 쓸 테니까 표 하나를 달라했는데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마음이 급한 건지 몸이 급한 건지도 모르겠었다.
옆에선 흑인이 큰 목소리로 하루종일 욕을 섞어가며 통화 중이라 정신이 나갈 것 같고 오줌이 마려워 몸도 급하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도 급해서 이런 상황을 여유롭게 해결할 수 없었다.
우선 온라인 표는 포기하기로 했고 우선 드디어 버스가 도착해서 급하게 뛰어가 오줌부터 해결했다.
그리고 지도에 있는 공항철도 정류장 위치에 갔는데 또 정류장이 보이질 않아 인포에 물어봤더니 밖에 나가서 건물 사이라 해서 건물 사이를 봐도 뭐 표시된 것도 없고 버스는 10분 남았는데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옆에 건물 사이가 옆 건물 들어가서 말하는 건가 싶어 옆 건물 가서 물어봤는데 여기서도 다시 나가서 건물 사이라 해서 한참을 찾다가 겨우 찾았다.얘넨 정말 정류장 표시를 안 한다.
서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맞다고 표 샀냐며 걱정해 주고 오류 나서 못 산다니 현금으로도 된다고 친절히 다 알려줬다.
너무 좋았다.
결국 15분 버스는 10분 지연인 25분에 왔고 현금으로 바로 표를 샀다.
제발 늦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또 계산해 봤다.
버스가 1시간 걸리면 열한 시 반에 도착하고 체크인도 해야 하니 12시겠지.
그래도 30분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좀 포기하고 이미 버스까지 온 거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기에 그냥 즐기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은 그렇게 여유롭게 제일 앞자리에 앉아 큰 창문을 통해 야경을 구경했다.
뉴저지를 지나가는 표지판과 여유로운 밤의 고속도로.
뉴저지를 보니 또 뉴저지에 살고 있는 친해진 클럽 알바가 생각나 연락을 했다.'지금 가는 중인데 겨우 버스 타고 가고 있다'라고 '이제 한국에 가는데 다시 돌아오겠다'이런 대화를 하며 다시 돌아가야겠다는 다짐을 또 한 번 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마음가짐을 여유롭고 즐겁게 바꿔서 그런가 도착을 생각보다 30분 일찍 그러니까 11시에 도착했다.
급 여유로워져서 체크인도 천천히 하러 가는데 이미 먼저 온사람들은 다 들어간 건지 줄도 하나도 서지 않아도 되었다.
신발까지 벗는 게 신기했던 몸수색까지 마치자 준비가 끝났다.
도착해서 20분 만에 다 끝내버린 것이다.
괜히 '비행기 타기 전엔 몇 시간 전에 먼저 가야 한다', '3~4시간은 먼저 가서 미리 체크인하고 들어가 놔야 한다' 등등 계속 들었던 말들 때문에 충분히 1~2 시간이 있는데도 3~4시간 전에 간 게 아니란 생각에 갇혀서 그렇게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저 말은 가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먼저 가라는 뜻이겠지.
나도 상상도 못 했다.
버스를 탔는데 엔진이 고장 나서 못 가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런 상황을 대비해 먼저 가라는 뜻이겠고 실제로 나도 버스는 2시간 먼저 도착하게 여유를 두게 탄 것이라 사실 늦게 탄 버스를 타도 충분히 갈 수 있었다.
남들의 기준에 맞추고 남들의 생각에 맞춰 행동해서 좋은 게 여행 와서 하나도 없다.
내가 즐겁고 내가 생각해서 살아가야 한다.
무조건 남들이 정답이 아니다.
들어가서 일찍 도착한 김에 피쉬와 영상통화를 하며 이 파란만장한 여행의 끝을 장식하는 하루를 말하고 있는데 심지어 방송으로는 비행기가 연착되었다고 1시에 출발한다고 알려줬다.
진짜 왜 이렇게 일찍 오려고 노력했는지 마치 운명의 장난 같았다.
아니면 날 시험하는 건가.
아까 저녁을 먹을 새가 없어서 배가 고팠는데 기내식 먹으려다가 비행기가 늦게 오기에 근처 매장에서 먹기로 했다.
그런데 파는 게 샌드위치나 베이글뿐이었고 뉴욕 베이글을 지금까지 한 번도 먹지 않았어서 먹기로 결정했다.
결국 그놈의 뉴욕 베이글은 이렇게 마지막 날 먹게 되는구나.
그렇게 또 평범하고 감흥 없는 남들이 추천한 뉴욕 베이글과 함께 파란만장한 여행의 마지막 날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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