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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버드생과 함께한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하루
    현피의 이야기 2023. 9.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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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6 뉴욕여행 19일 차

    어제 한국에서도 안 하던 공연을 보는 것 같은 경험을 여기 와서 해보고 느낀 게 많은 것처럼 야구장도 그냥 경험해 보기로 결정하고 아침부터 표를 예매했다.
    여긴 이게 참 신기하다.
    샘스미스 공연이든 보스턴 레드 삭스 야구 경기든 한국이라면 엄청 유명하고 예약도 하기 힘들만한데 여긴 그냥 주말에 자주 열려서 그날 아침에 예약해서 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문경에서 본 윤도현 밴드는 좌석을 구하기 위해 새벽 4시 반부터 기다리고 6시에 줄 서고 난리를 쳤는데 보스턴에선 일어나서 밍기적 거리다 샘스미스 공연 남는 표를 사다니 참...
    심지어 표도 5만 원이면 스탠딩으로 값싸게 갈 수 있고 남기도 했다.
    한국이면 스탠딩도 20만 원인데 말이다.
    편하게 사는 인프라는 한국이 더 좋을지 몰라도 문화적이나 경제적인 인프라는 여기가 훨씬 좋다는 게 너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경기장에 도착했고 오늘도 그냥 피쉬 옆 빈자리에 앉았다.
    잠시 앉아서 폰으로 스토리 찍고 있는데 알고 보니 경기가 시작되었었다.
    경기가 시작되는지도 모르게 조용해서 몰랐던 것이다.
    경기도 조용하고 효과음만 살짝살짝 중요할 때 넣어줘서 엄청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로 경기를 즐겼다.
    한국은 음악이 계속 나오고 응원가도 다 같이 부르느라 엄청 시끄러운데 여긴 조용하게 경기에만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이게 더 즐기는 모습이지 않을까.
    우린 우리가 즐긴답시고 응원가 부르고 하는데 사실 그러면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들은 경기에 집중하기 힘들고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를 하는데 제약이 생긴다.
    여긴 재밌거나 잘한 플레이가 있을 때만 효과음과 리엑션을 해줘서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자유롭게 플레이하게 배려하고 보는 다른 관객들도 존중해 주는 느낌이었다.
     

    보스턴에 왔으니 보스턴 팀을 응원을 했는데 경기는 생각보다 처참했다.
    4회에 이미 7대 0이었나 그랬고 마지막엔 결국 13대 1로 엄청 발려버렸다.
    마지막 회차엔 보스턴 팀이 포기를 했는지 투수도 이상하게 장난식으로 던지고 그렇게 노는 것처럼 던지자 사람들도 처음으로 야유를 했다.
    그럼에도 상대팀은 열심히 치고 끝내 실점도 주지 않으며 경기가 끝났다.
    끝나고 나서도 그냥 뭐 음악이나 이런 것 없이 그냥 다들 우르르 나갔다.
    여긴 배경음악을 안 쓰는 건가 신기하다.
     
    그렇게 야구를 보고 저녁에 실라 만나기로 갔다.
    실라는 살사바에서 만난 하버드생 친구로 피쉬랑 말을 하다가 오늘 만나기로 해서 다 같이 만나기로 한 것이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만나자고 해서 가는 중 노숙자처럼 보이는 옷차림의 사람이 뭔가를 던지며 재밌게 노는 것을 보고 가서 말을 걸고 같이 해도 되냐고 하고 같이 놀았다.
    던져서 구멍에 넣는 거였는데 난 2개를 넣었고 피쉬는 0개를 넣으며 재밌어하는데 관계자인지 누가 와서 이거 치워야 한다며 치워서 같이 정리를 했고 노숙자와도 깔끔하게 재밌었다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아직도 실라를 만나기엔 시간이 남아서 판 피어 공원에 가서 기다리는데 진짜 뷰가 끝내줬다.

    거기서 피쉬는 피곤하다며 돌로 된 계단에 누워버렸는데 나도 조금 지켜보다가 같이 누웠다.
    여기 와서 진짜 많이 바뀐 것 같다.
    한국에선 항상 돗자리를 깔고 앉고 뭔가 직접 흙이나 바닥에 닿는 것을 그렇게나 싫어해서 바닥에 앉을 때도 앉는 부분만 똑같이 앉아서 바닥에 닿은 부분을 즉 더러워진 부분을 고정시키려 하고 가방도 막 던져두는 게 아니라 밑바닥만 바닥에 닿게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젠 슬리퍼에 흙 들어가도 더럽다고 생각 안 하고 즐기고 손으로 음식도 먹고 이젠 바닥에 아무것도 깔지 않고 눕기까지.
    여기 사람들이 아무것도 없이 휙휙 눕는 걸 너무 봐서 익숙해져서 그런지 깔끔함에 대한 내 기준을 놓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눕고 나니까 훨씬 편하고 좋았다.

    우린 누워있고 옆에는 여자애들 두 명이서 릴스 찍는지 춤추고 있고 사람들은 그걸 보고 오 영상 찍나 보네 하고 잠깐 봤다가 신경 끄고 자기들 구경하고 우린 신경도 안 쓰고 정말 남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게 너무 좋다.
    그렇게 누워있다가 음악도 들으면서 너무 흥이나 일어나서 우리도 서로 길에서 바차타 추는데도 아무도 신경 안 쓰고 재밌었다.
    옆에 있던 여자애들한테 말 걸어서 같이 춤추는 거 찍어볼 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슬슬 실라와의 약속시간이 다 되어서 실라를 만나러 아이스크림 가게로 돌아갔다.
    실라와 만나서 얘기하며 아이스크림을 샀는데 엄청 꾸며진 게 많은 이쁜 아이스크림이었다.
    이걸 자기가 아는 곳에서 찍고 싶다며 아까 우리가 있던 판피어 공원 쪽으로 가는데 내가 보기엔 가기 전에 녹을 것 같아 우선 아이스크림 사진을 찍고 뛰어가는데 역시 예상대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은 녹아내리는데 공원은 가야 하고 손에 점점 묻는데 슬프거나 화나는 게 아닌 재밌었다.
    왜냐면 실라가 그렇게 녹는 아이스크림을 보며 화내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녹는다며 웃으면서 농담하고 장난치기에 애초에 재밌는 분위기에 사진은 아까 이미 찍어서 더 안 찍는 줄 알고 이미 반은 먹어 버린 피쉬를 보며 웃고 떠들며 갔기 때문이다.
    결국 반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과 더러워진 손과 함께 원하던 전망대 위에서 사진을 찍었다.
    오히려 녹았는데도 이렇게 재밌게 반응하고 더 즐거울 수가 있는 게 너무 신기했다.
    진짜 이쁜 아이스크림을 예쁜 곳에서 찍는 것을 못했으니 보통은 짜증을 내고 화냈을 텐데 더 즐겁게 반응해 주는 실라 덕분에 우리도 재밌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같은 상황에도 받아들이는 마인드가 이렇게 다르다면 인생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사진을 찍고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는 손을 씻기 위해 화장실을 찾다가 바로 밑에 있는 술집에 있는 화장실을 봤는데 비번이 있어서 지나가려다 안에 사람이 나오려 해 기다렸다가 다 같이 들어갔다.
    한 명씩 들어가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들어가다니 남자 둘과 여자 한 명이 화장실에 들어가는 걸 보고 뭐라 생각할까 라며 웃으며 이 상황을 재밌어하는 실라를 보니 즐겁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 씻고 나오자 실라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며 갑자기 버킷리스트 얘기를 시작했다.
    바로 춤을 추는 사람을 만나서 이 아름다운 선셋이 보이는 곳에서 바차타 영상을 찍는 게 버킷 리스트였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정말 낭만적이었다.
    어떻게 여행하며 이렇게 춤출 줄 아는 사람을 만나 남들 앞에서 춤 추기 부끄러운데 기꺼이 같이 찍어주겠다고 할까.
    나와 피쉬야 야외에서 소셜도 많이 해봤고 영상도 많이 찍어봐서 큰 감흥이 없었는데 그건 우리의 기준이고 보통은 그럴 기회가 없고 해 본 적도 없을 것이니 얼마나 큰 버킷 리스트였을까.
    그렇게 제일 전망이 잘 보이는 곳에 가서 음악을 틀고 바차타 영상을 찍게 되었다.
    실라가 가십이라며 비밀인지 가면을 쓴다는 건지 뭔지 의미는 모르겠지만 찍기 전에 살짝 긴장하지만 재밌어하니 그냥 같이 즐기면서 추기로 했다.
    처음엔 쑥스러워서 에어팟을 끼고 하다가 영상에 음악 입히기도 그렇고 찍는 것도 모습이 살지 않아 그냥 음악을 크게 틀고 찍는데 주변 사람들이 와 쟤네 바차타 춘다 휘~ 이런 식으로 하는 것도 들리지만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춤을 췄다.
    그렇게 바차타 영상을 찍고 나서 우리에게 우리의 버킷리스트는 뭐냐고 해서 우린 사실 할만큼 다 해봐서 딱히 없다고 하다가 내가 외국인에게 직접 춤을 배우고 같이 영상 찍는 것도 재밌겠다 하자 실라가 바로 춤을 알려주겠다며 신나 했고 그렇게 우리가 릴스에 나오는 것 같은 춤을 즉석에서 배워서 영상도 찍었다.
     
    같이 찍은 릴스는 인스타에 올렸다.
    https://www.instagram.com/reel/CvqbqLOPnLy/?igshid=MzRlODBiNWFlZA==
     
    Meeting and getting to know the locals was a bucket, filming a dance video at a beautiful sunset was a bucket, and even learning and filming a new style of dance, not bachata, was an unexpected bucket.
    It was an unexpected place, with unexpected people, in an unexpected way, and I was so happy to fulfill all of my buckets.
    I'm so grateful to Sheila for giving me such a beautiful memory of not just meeting someone once, but making an appointment to see them again, and then meeting them, playing with them, having fun with them, and really interacting with them.
    You made our day gossip girl
    We'll always be your buddy guys :)
    or wing men or cheese men :D

    현지인을 만나서 친해지기도 버킷이었고 아름다운 노을에서 춤 영상을 찍는 것도 버킷이었는데 심지어 그 춤도 바차타가 아닌 새로운 스타일로 직접 배워서 찍는 것이라니 상상도 못 한 버킷을 이루었다
    상상도 못 한 곳애서 상상도 못한 사람과 상상도 못한 방식으로 모든 버킷을 이루어 너무 좋았다
    한번 만나고 마는 게 아닌, 또 다음에 만나자고 약속을 잡고 만나서 놀고 같이 즐기며 진짜 소통하고 교류하는 경험이라니 이렇게 아름다운 기억을 선물해 준 실라에게 너무 감사하다
     
    인스타에 쓴 문구이다.
    영어로 된 문구를 보면 마지막에 가십걸과 버디 가이 윙맨 치즈맨 이런 게 있다.
    이건 실라가 우릴 보고 최고의 윙맨이라며 장난치길래 우리도 가십걸이라 부르고 가십걸의 두 윙맨, 두 보디가드들이라며 장난치면서 나온 단어들이다.
    피쉬가 버디를 발음을 잘 못해서 보디라 하는 거 때문에 보디가드 말고 버디가드라고 장난치고 치즈맨은 가십이 뭔지 몰라 물어봤을 때 치즈매라고 한 걸 내가 못 알아듣고 cheese man을 검색해서 보여줘서 웃겨하는 실라를 기억하고 싶어 일부러 저렇게 적었다.
    말로 설명하려니 너무 어려운데 저렇게 말로 장난을 치며 웃고 떠드는 그 순간들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릴스까지 찍고 나자 벌써 시간이 9시가 다 되어갔고 목이 마르다는 실라의 말에 물을 마실만한 곳을 찾았지만 없어서 지도를 켜보니 마트가 멀리 하나 있었는데 문제는 9시에 닫는다고 써있었다.
    그래서 결국 물 사러 9시까지 10분 남았는데 뛰어 당기는데 가면서 실라가 스페인어로 뛰어가 고래였나 그래서 고래~라고 하면 우리도 고래~ 하며 뛰어다니고 너무 재밌었다.
     

    물을 마시고 다시 판 피어 공원에 돌아와 이젠 이미 노을이 져 어두워진 야경을 보며 너무 아름다워서 내가 또 영상을 찍자고 했고 야경에 또 영상을 찍으니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뒤엔 또 버킷 있냐기에 이렇게 말하는 것도 버킷이라며 잔디에 누워서 얘기를 하다가 꿈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이왕 한 거 내 버킷이던 외국인 인터뷰도 하고 싶다고 해서 카메라를 켜고 서로의 꿈에 대해 얘기해 보았다.
    실라는 뇌 과학 쪽이었나 의료 관련으로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싶다고 했고 피쉬는 공황장애로 마인드적인 부분을 치료해주고 싶다고 했다.
    난 이렇게 여행을 하거나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놀고 얘기하며 이런 과정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주며 사는 게 꿈이라고 했다.
    이렇게 거창하다면 거창할 수 있는 꿈을 들으니 뭔가 목적성이 중요한 사명 같은 게 아닌 그저 즐기는 것 같아 내 꿈이 뭔가 비교된달까 말하면서도 별거 아닌 것 같아 목소리가 작아졌다.

    꿈 얘기하고 나선 실라의 연애 얘기를 하는데 또 연애 얘기하면 엄청 어린아이처럼 말하는게 귀여웠다.
    정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게 느껴졌다.

    이제 시간도 11시가 넘어서 헤어지기로 했고 실라가 택시 잡길래 난 그냥 지하철로 가려했는데 피쉬가 기다리자 해서 같이 있다가 너무 오지 않자 갑자기 또 실라가 버킷리스트가 있다며 빈 매장 앞자리에 앉았다.
    과연 뭔가 했더니 노래를 같이 부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다릴 겸 재밌어 보여서 그러자고 했는데 노래도 뭐 할지 몰라서 찾다가 내가 그럼 필 집에서부터 듣고 요새 많이 좋아진 Take me home Country roads를 부르자고 했고 다 같이 부르며 찍었다.

    이미 다 집에 가버려서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이렇게 현지인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니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외국인들이 자기네들 노래를 이렇게 부르는 건데 얼마나 신기할까.
    결국 택시가 왔고 집 가는 길이 비슷해서 태워달라 하고 같이 탔다.
    택시 드라이버님이 원래 음악을 틀고 있었는데 신나 하는 우리 모습을 보곤 원하는 음악이 있으면 틀라고 해서 또 컨트리로드를 틀고 다 같이 불렀더니 택시 기사님도 좋아서 같이 따라 불렀다.

    다 부르곤 또 다른 음악을 다 같이 즐기며 가는데 정말 영화 같은 날이었다.
    현지인과 살사바에 만나 친해져서 다음날 약속을 잡고 만나고 만나서 사진 찍고 놀며 춤도 추고 영상도 찍고 서로의 꿈에 대해 얘기하고 노래도 해보고 심지어 택시를 타는데 택시기사도 같이 노래 부르며 즐기다니 거의 뮤지컬 영화나 다름이 없는 하루였다.
     
    도착해서는 피쉬가 택시비도 택시비지만 같이 이런 즐거운 경험을 선사해 준 택시 기사님께 팁도 많이 드리라고 실라에게 돈을 전달해 주고 헤어졌다.
    아직도 그날 하루만 생각하면 그날은 드라마 혹은 영화와도 같던 날이었고 우린 그 주인공들이다.
    제목은 하버드생과의 하루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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