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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 여행 잘하지 못하니 즐길 수 없다?
    현피의 이야기 2023. 8. 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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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여행 10일 차 28일
    사실 어제 테슬라 로드 트립을 마지막으로 피쉬와는 헤어져 각자만의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숙소도 따로 잡아 나는 롱 아일랜드 시티, 피쉬는 어퍼 이스트에서 따로 자게 되었다.
    롱 아일랜드 시티의 분위기를 짧게 요약하자면 리틀 멕시코 같다는 것?
    물론 멕시코를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맨해튼이랑은 너무나도 다르게 조용하고 건물도 낮고 좀 못 사는 느낌이 났다.
    정말 정말 조용하고 사람이 없어 가끔 보면 여기 사람이 살기는 하나 싶을 정도였다.


    날도 너무나도 더운데 집에 에어컨도 없고 선풍기도 없어 버틸 수 없기에 바로 집을 나가 센트럴 파크로 가기로 결정했다.
    센트럴 파크 가기 전엔  거기 있는 사람들과 같이 피크닉도 하고 말도 걸고 개랑 같이 놀 생각이었다.
    근데 막상 가보니 혼자 있는 사람도 잘 없고 영어를 못하니 말 걸기도 어렵고 힘들었다.
    앉아서 일기도 쓰고 동영상 편집이나 해야겠거니 하는데 그런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아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무작정 돌아다녔다.
    전에 왔을 때 너무 좋았던 영화에서 본 곳들도 가보고 전에 봐두었던 장소도 가봤는데 가서도 사람과 말 걸어야지 하는 생각이 가득해서 그런지 집중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결국 다 포기하고 마음을 비우려고 호수 앞에 앉았는데 문뜩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
    사진도 비교할 겸 찍어두고 눈으로 직접 보며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데 문제는 그림 앱의 기능을 쓸 줄 모르니 너무 어려웠다.
    그림도 잘하지 못하면 즐기지 못하는 건가?
    그냥 그리는 것 자체를 즐기면 되는데 잘 그리고 싶다는 그 생각에 열심히 그리다 보면 그렇지 않은 결과를 보고 실망을 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그림은 그만두고 다시 말 걸 사람을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돌아다니다 저번에 왔던 뷰 명스팟 Hernshead로 와서 작업하려다 사진 찍는 포토그래퍼 같아 보이는 사람이 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뉴욕에 와서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일하는 사람을 찾아 뭘 하는지 구경하고 그들의 삶을 보는 것이었는데 드디어 일 하는 모습을 구경하게 되어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일하는 모습도 지켜보며 나도 같이 열심히 일 해야지 하며 작업을 하는데 앉은자리가 돌이기도 하고 경사가 있어서 결국 못 버티고 다시 돌아다니게 되었다.
    그렇지만 또 말 걸 사람은 찾지 못하고 지쳐 그냥 나무그늘에 앉아 작업을 하며 생각을 비우려 했는데 머릿속에선 오히려 나한테 더 질문을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엉뚱한 곳에 가서 노력하고 있지 않았나.
    말을 정말 걸고 싶은 거라면 센트럴 파크 와서 혼자 있는 사람 찾아다닐 게 아니라 바 같은 곳을 가서 찾아야 하지 않았나.
    센트럴파크 와서도 그냥 분위기를 즐기며 일하면 되는데 온 김에 뭔가 해야겠다는 강박감에 말 거려고 엄청 찾아보고 돌아다니느라 일도 제대로 못하고 이게 뭔가.
    사실 여기 온 이유는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 싼 에어비앤비 숙소에 있어 어떤 일도 집중할 수가 없어 나온 건데 왜 이 무더위에 돌아다니고만 있나.
    돈을 번다면서 근데 대체 뭐로 벌거냐.
    한국 가서는 어떤 삶을 살건지 어떻게 시간을 보낼 건지.]
    혼자 있다 보니 이렇게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며 질문을 하는 시간도 갖고 나름의 대답도 해보며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답은 아직 잘 모르겠다.
    난 아직 혼자 있는 걸 잘하지 못해 즐기지 못하는가 보다.
    좀 더 혼자 있다 보면 잘해지고 즐겨지지 않을까?

    아 저 중에 하나 답을 알아낸 건 환경의 중요성이다.
    집이 너무 더워서 아니지 마침 뉴욕의 날씨가 한참 더울 때였고 하필 에어컨과 선풍기가 없어 집이 너무 더웠었고 밤에도 그랬지만 오전에도 샤워도 몇 번이나 하고 옷을 적셔서 입고 있어도 땀이 나 도저히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마치 뇌가 녹아내리고 마약에 취한 것처럼 흘러내리며 어지러운 느낌이 들어 뭔가를 열심히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느껴졌다.
    내가 속해있는 주위의 환경도 마찬가지다.
    뭔가를 하고 싶어도 못하게 만들거나 못하는 환경이라면 옮겨야 한다.
    나에겐 점촌이 그랬었다.
    아무것도 없고 젊은이도 뭔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도 노는 것도 아무것도 없어 뭘 해야 할지 뭘 하고 싶은지 그런 생각조차도 나지 않게 만들던 환경.
    그저 집에서 물고기나 강아지를 키우며 블로그를 하는 게 낙이었고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서울이라는 곳으로 환경을 옮기니 그렇게나 하고 싶고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고 더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서울에서 2년 있었지만 처음 1년은 집에만 있어서 솔직히 점촌과 다를 게 없었지만 다음 1년은 딴클을 나가기 시작하며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과 즐기기 위해 밖을 나가 돌아다니기도 하고 그렇게 나가보니 좋아 혼자도 많이 돌아다녀보는 등 엄청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바뀌었다.
    이번 뉴욕도 마찬가지다.
    최근 1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다니며 많이 배웠지만 아직도 궁금한 외국인들과 해외라는 경험들을 너무나도 해보고 싶었고 얼마나 또 다양한 게 있을지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떠났고 그래서 더 많이 경험했고 그래서 더 많이 배웠다.
    여기 와서 항상 숙소를 옮기며 하는 말이 있다.
    익숙해지면 떠나라.
    앞으로도 한국에 돌아가면 딱 하나 지키고 싶은 게 있다.
    편해지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것.
    항상 도전하는 항상 안주하지 않고 달려가는 삶을 살고 싶다.

    그렇게 센트럴 파크에서 오후를 보내고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달러트리라는 곳을 찾아서 보니 뭔가 다 1달러인 듯해 보였다.
    에이 설마 그냥 다이소 같은 곳이겠지 하고 직접 가봤는데 이럴 수가 물건의 가격이 하나도 적혀있지 않았다.
    설마 싶어서 지나가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모든 물건이 진짜 다 1달러 몇 센트라고 맞다고 했다.

    너무 신기해서 상품들을 보니 문구류는 이해가 가도 식품이나 냉동식품들도 있던데 이게 어떻게 사업이 가능한지 너무 궁금했다.

    직접 몇 개 사봤고 계산해 보니 진짜 다 1달러씩 해서 6달러에 사진만큼 살 수 있었다.
    뉴욕... 생각보다 살만할지도?

    저녁은 달러트리에서 사 온 것들로 파스타를 해 먹었고 집에서 좀 쉬며 일을 하려는데 너무 더워 선풍기 사러 나갔다.
    하지만 실패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집주인이 들어올 때 선풍기를 사 왔다.
    알고 보니 에어컨이 고장 나 자기도 더웠다며 사 온 것.
    간절히 바라니 이루어진다?
    개꿀?
    드디어 시원하게 잔다.

    오늘의 결론
    혼자 여행은 아직 익숙해져야 하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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