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계획대로 여행했으면 놓쳤을 것들 feat.뉴욕 파이브가이즈, 버거킹, 서밋 전망대 후기
    현피의 이야기 2023. 7. 29. 08:01
    반응형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좋았던 경험들

    뉴욕여행 6일차 24일

    오늘은 6일 차답게 새벽 6시에 일어났다.
    사실 새벽에 피쉬가 갑자기 으악! 하면서 침대를 흔들었는데 2층 침대라서 그 진동이 고스란히 나한테 옮겨지며 덕분에 뭔가 엄청난 게 벌어진 줄 알고 일어났다.
    일어나서 밑을 보니 피쉬가 자고 있을 침대 위에 뭔가 검은 형체가 앉아 있어서 난 순간 귀신이 피쉬를 목 조르고 있는 건가 싶어 다시 핸드폰으로 비쳐보니 피쉬가 그대로 날 쳐다보며 앉아있었고 놀라서 조용히 다시 잤다.
    아무튼 이런 소소한 아침 해프닝을 뒤로하고 일어나서 계획을 빠르게 짜봤다.

    오늘의 계획:
    아침 버거킹 -> 테슬라 -> 소호
    4~5시쯤 집 와서 휴식
    저녁 파이브 가이즈 -> 아마존 고 -> 써밋

    큰 틀을 이렇게 세워두고 바로 버거킹으로 출발했다.
    버거킹을 간 이유는 피쉬가 원하는 비건 버거를 먹기 위해서였고 버거의 이름은 임파시블 버거다.
    먹어보니 생각보다 비건 버거인지 모르고 먹으면 모를 정도로 괜찮았다.

    다 먹고 나선 테슬라 보러 테슬라 매장으로 출발했고 도착한 곳은 엄청나게 부자 동네였다.
    어퍼웨스트보다 더 여유롭고 깔끔한 동네가 나왔고 온갖 비싼 매장들이 다 모여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겉만 구경하고 아 그냥 가게가 있구나 하고 지나쳤을 텐데 피쉬가 갑자기 들어가 보자고 새로운 경험 해보자고 해서 들어가 봤다.
    구찌나 로렉스 매장에 들어가 직원들한테 뭐 있는지도 물어보고 얼만지도 묻고 구찌 선글라스를 써보기도 하는 등 평소 같았으면 돈 없어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애초에 들어갈 생각도 안 했던 곳들을 들어가며 새로운 경험함을 했다.
    어떻게 보면 거지 마인드를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지금은 못 사더라도 들어가서 한번 경험해 본 게 거지 마인드에서 부자 마인드로 조금 바뀌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지나가다 구글 매장도 처음 봐서 들어가 보고 삼성 매장도 들어가 줬다.
    만약 테슬라 매장만 계획한 대로 길을 찾아 바로 들어갔다면 이런 경험들을 할 수 있었을까.

    뉴욕 삼성 매장 현피 진출


    그렇게 여러 매장들을 돌아본 뒤 테슬라 매장에 드디어 들어갔다.
    난 차에는 사실 그렇게 관심이 없어 그냥 구경만 하는데 피쉬가 직접 하나하나 트렁크나 문을 열면서 설명해 주니 재밌었다.
    심지어 보다가 직원한테 한번 시승되냐고 물어봤더니 너무나도 쿨하게 당연히 가능하다며 바로 탈 거냐고 물어봐서 놀랐다.
    시승을 하려면 우선 국제운전면허증이 필요했는데 우린 둘 다 짐을 챙겨 나오는 스타일이 아니라 면허증이 다 집에 있었고 사진도 가능하냐 물어보니 가능해서 피쉬는 앞뒤로 찍어놓은 면허증을 보여주고 바로 통과가 되었고 난 앞장만 찍어둬서 동승만이라도 가능하게 해 주셨다.
    그렇게 바로 차를 준비해 주셔서 시승을 하는데 놀란 건 우리끼리만 타고 갔다 오게 해 준 것이다.
    같이 타지 않고 우리끼리만 타게 해 줘서 타고 도로로 좀 나가자마자 피시가 제로백이 2. 몇 초라고 설명하고 스포츠카랑 비슷하거나 빠르다고 말하길래 뭔가 했더니 갑자기 엄청 빨리 페달을 밟아 앞으로 튀어나갔다.
    진짜 말로도 영상으로도 설명이 안되지만 직접 느낀 그 속도감은 말도 안 되게 빠르고 이러다 앞에 차 박고 죽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엄청났고 진짜 짜릿했다.
    이번 뉴욕 여행을 하면서 제일 살아있음을 느꼈고 도전했기에 얻을 수 있던 경험들 중 가장 값졌다고 생각할 정도다.
    이렇게 타보고 나니까 스포츠카들을 탈때와 속도가 비슷하다기에 다른 차들도 타고 싶어 졌고 테슬라도 운전을 못해봤으니 다음엔 운전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겨났다.
    계획했던 대로 구경만 하고 시승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면 절대로 느낄 수 없었을 감정들, 아니 애초에 살아가면서 생각도 못해봤을 것들이었다.

    테슬라 구경을 마치고 이제 소호로 출발하기로 하고 테슬라 매장을 나가는데 아까 중간에 봤던 첼시마켓이라는 큰 음식점 많은 매장이 가는 길에 있어 잠시 들러서 구경하고 가자고 했다.
    첼시마켓에서 딱히 볼 매장을 선택하고 간 건 아니라 그냥 둘러보는 중이었다.
    한국 가게 있어 궁금해서 보는 순간 옆에 여자가 지나갔다가 다시 나와선 영상 찍으면서 들어가길래 저게 뭘까 하고 뒤를 쫓아가니 수상한 길이 튀어나왔다.
    그래도 뭔가 있겠거니 하고 따라가 보니 엄청 현지 맛집 스타일 같은 타코 식당이 나왔고 마침 배고프던 차에 간식으로 사 먹기로 했다.
    주문을 하고 기다릴 때 옆에서 아까 그 여자도 기다리고 있길래 조금 지켜보다가 뭐 시켰냐고 물어봤다가 ‘여기는 뭐가 제일 맛있다, 여기 자주 온다, 동생이 여기 살아서 잠시 놀러 왔다’ 같은 갑자기 스몰토크가 시작되었다.
    얘기하다가 음식이 나올 때 순서가 비슷해 동시에 나오기도 했고 자리도 여유롭지 않은 김에 옆에 앉아 밥도 먹으며 소스는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먹는지 등 얘기했다.
    다 먹고 먼저 가길래 잘 가라고 인사하고 남아서 먹고 치우고 나가는 길에 갑자기 인스타 안 물어본 걸 후회했다.
    너무 예뻤어서 따라가기도 했고 말도 열심히 걸었던 건데 마지막에 평소처럼 인스타를 물어보지 않았고 그냥 흐르는 대로 보냈더니 계속 생각이 났다.
    난 사실 얼굴을 금방 까먹었는데 피쉬는 너무 예쁘다고 인스타 안 물어본 거 후회한다고 하는 모습을 보며 다음부턴 후회하지 않게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타코를 다 먹고는 다시 소호로 출발했다.
    소호는 예술가의 도시이기도 하고 피쉬가 보고 싶은 옷 매장이 있기도 하고 나도 동묘 같은 곳을 상상하고 너무 궁금해서 왔다.
    그렇지만 동묘가 아닌 명품 매장들이 가득했고 빈티지도 명품 빈티지라 값이 꽤 나가는 곳들이었다.
    우선 처음 계획했던 대로 피쉬가 원하던 가게에 들어가 옷을 샀고 다음은 내가 계획했던 가게를 갔는데 문을 닫았다.
    그래서 다시 계획에 없지만 궁금해진 현지 나이키나 아디다스 매장을 들어가 봤다.
    딱히 별거 없어서 나가고 집에 가려는데 익숙한 매장인 슈프림도 지도 끝에 있길래 가봤다.
    직접 가본 슈프림은 생각과 너무 달라 놀랐다.
    슈프림은 별로 비싸거나 유명하다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사람이 줄이 너무 많아 신기했다.
    결국 구경만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자 옆 침대에 새로운 사람이 도착해 있었다.
    이름은 아더로 프랑스에서 온 친구였다.
    아더와 그렇게 어디서 온 지 이름이나 뉴욕 계획 등 스몰토크를 하다가 뒤에 일정이 없다길래 저녁으로 파이브가이즈를 먹으러 가자고 했고 아더도 콜 해서 같이 파이브가이즈를 먹으러 나갔다.
    한국에선 8시간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던가 웨이팅을 전날 와서 밤새서 했다던가 하고 영상리뷰도 많아서 그렇게 맛있는 건가 하고 매장에 들어가 봤다.
    들어가자마자 줄도 없이 바로 시킬 수 있어서 좀 놀랐고 우선 영상에서 보고 온대로 치즈 베이컨 버거에 모든 걸 다 넣는 걸로 주문을 했다.
    계획과 다르게 아더도 합류해서 아더가 감자튀김을 시키길래 영상에서 양이 많은 걸 이미 봐서 감자튀김은 시키지 않았다.
    먹어보니 생각만큼 엄청 맛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버거에 조금 여러 가지 토핑 들어간 정도?
    밀크 셰이크는 진짜 마시면 죽을 맛인 게 너무 달고 짜서 목말라 죽는 줄 알았다.
    다 먹고 나서 파이브 가이즈가 맥도널드랑 다를게 없이 여긴 길 가는 곳마다 있어 별거 아닌 그냥 구멍가게 같이 햄버거 가게일 뿐인데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매장이 들어왔다는 그 희소성 때문에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나, 역시 맛보단 희귀하거나 인스타에 올릴 겉보기에만 매달린다 등 여러 의견을 나눴다.

    뉴욕 파이브가이즈 후기


    다 먹고 원래는 써밋 전망대를 가는 길에 아마존 고를 들려서 아마존 고가 지금 어떻게 운영되는지 좀 구경하려 했는데 아더가 합류해서 같이 온 김에 타임스퀘어와 브로드웨이를 구경시켜 줄 겸 투어 연습을 해볼 겸 돌아다니기로 했다. (투어 연습이란 어제 투어를 해보니 그냥 우리가 조금 자료조사해서 해도 더 싸게 잘할 것 같아서 여기서 가이드나 해볼까 하고 나온 아이디어이다)
    돌아다니며 구경시켜주며 투어 연습도 좀 하고 그렇게나 가고 싶었는데 계속 못 갔던 풋라커도 기회가 되어 드디어 가보았다.
    사고 싶던 신발이 타임 스퀘어 시장에서 파는데 가격 비교를 해보려고 간 거였는데 확인해 보니 시장이 더 쌌다... 다음에 시장 가면 다시 꼭 사야지
    아무튼 그렇게 좀 둘러보니 시간이 전망대 예약시간인 8시가 거의 다 되어 아더와 헤어지고 서밋 전망대로 다시 출발했다.
    가는 길에 미여디 카페에서 매주 월요일인가 목요일에 공연을 한다고 봤던 그 사진과 똑같은 공원을 발견했고 알아보니 브라이언트 공원이었다.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는 브라이언트 공원에 모인 사람들과 그 감성이 너무 좋아 잠시 보다가 다시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는 일찍 도착했더니 8시 반보다 일찍 들어가게 해 줬다.
    올라가서 보니 정말 좋긴 좋았다.
    그런데 뭔가 사진 찍고 싶은 느낌이 나지 않았다.
    남들은 영상도 많이 찍고 사진도 많이 찍는 은색 공 같은 게 날아다니는 곳에서도 그냥 조금 쳐다보다가 금방 보고 지나갔다.

    서밋 전망대

    사람 많은 곳을 지나가고 더 위로 올라가니 여유롭게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야경도 밝은 낮도 아닌 참 애매한 시간에 도착해서 밖을 보는데 오히려 그게 더 좋았다.
    밤이면 아예 안보였을 센트럴파크도 보고 파스텔 색감의 부드러운 도시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낮과 밤의 매력도 물론 좋지만 보기 힘든 그 사이의 순간을 엿본 것 같아 너무 만족하고 이번에도 빠르게 구경을 마치고 내려왔다.

    내일 아침부터 숙소도 이동해야 하고 메트로 폴리탄도 구경해야 해 얼른 자며 오늘도 계획했던 일기를 하나도 못쓰고 바로 잠들어버렸다.
    정말 계획한 거 하나도 안 지키는 여행이다.
    하지만 거기서 오는 새로운 즐거움들이 너무 좋다.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